쇼츠보다 네시 넘어서 잔 것 치고는 꽤 괜찮게 일어난 아침 7시 30분
달달 쌉싸구리한 커피 한잔 때리면서 풋살장으로 향했다.
저번주에 새 신 적응한다고 많이 고생했으니 이번에는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새 신만 가져갔는데
처음만큼 아프지 않을 뿐이지 아프긴 하더라.
그러다가 그냥 끈을 제거하고 뛰어봤는데 오잉? 오히려 편안한 이 느낌
터치도 편하고 패스도 잘 나가니 간만에 만족스러운 플레이를 했다.
전방 침투패스도 잘 들어가고, 드리블도 괜찮았으며
수비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처해냈다.
특히 놀란 점은 그간 되지 않았던 중거리 공간패스
매번 낮게 깔리거나, 전혀 다른 곳을 향해서 답답했었는데 오늘은 달랐다.
왼발로 감아올린 패스는 비록 리시버 터치 이슈로 마무리까지 연결되지 못했지만,
공을 발 아래로 딱 가져다줬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한다.
플레이 시 통증도 없고, 물집도 잡히지 않으니 당분간은 끈 없이 쭉 써야겠다.
선식당에서 다같이 밥먹고, 노가리 좀 까다가 들어오니 한시 반.
씻고 20분 정도 눈을 붙였다.
초코 산책도 잠깐 시키고 카페로 나가 시지프신화 해설 부분을 마저 읽었다.
그리고 카뮈는 책의 표지에 두르는 띠지에 쓸 카피를 이렇게 제안한다. "시지프 혹은 지옥에서의 행복." (237p)
왜 이 책의 이름이 시지프신화인지, 카뮈가 이 책을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이 이야기가 나오기까지 어떤 사건을 겪었는지에 대해 알아보니 조금은 더 가까워진듯한 기분이 들었다.
시지프의 행복인가, 지옥에서의 행복인가. 어느 하나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의 두 행복.
다른 듯하면서도 같아보이는 모습. 죽음과 가장 가까이에서 시작한 삶의 이야기는 결국 희망으로 귀결되었다.
희망이 없는 삶이 오히려 알찬 삶일 수 있다...는 말은 아직까지 동의하기 어렵긴 하지만
동시에 발표한 이방인도 읽어보고, 해설 부분을 다시 읽어보면 더욱 재밌지 않을까 싶다.
송이 커피까지 뺏어먹어서 막판에 좀 정신이 깬거지, 사실 피곤해서 해설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저 문구도 갈무리를 하지 않았다면 이 곳에라도 적을 수 없었겠지.
하튼간, 꽤나 알찬 주말을 보낸 이야기였다.